
“눈을 뜨자마자 냉장고에 가득 차 있는 굴을 꺼내 정성스럽게 껍질을
벗겨낸다. 부지런히 손을 놀릴수록 바구니에는 귀여운 알맹이들이 옹기
종기 쌓여간다. 도중에 방 안으로 해가 들이치기 시작해 혹시나 하고
시계를 보니 역시나 10시다. 하루를 온종일 들여다본 사람만이 해를
보고 시간을 알아차릴 수 있다. 계절마다 어느 창가에 몇 시쯤 해가 드
는지 아는 사람의 마음에는 일상이 디테일로 가득 차 있을 것이다.”
무과수 저(著) 《안녕한, 가》 (위즈덤하우스, 221쪽) 중에 나오는 구
절입니다.

“계절마다 어느 창가에 몇 시쯤 해가 드는지 아는 사람”은 일상이 아
름다운 디테일로 가득 차 있는 사람입니다.
미스 반 데어 로에(Mies van der Rohe, 1886~1969)는 독일이 낳은 세계
적인 건축 거장입니다. 바르셀로나 엑스포가 끝난 후에도 그의 독일관
(Mies House)은 철거되지 않고 남겨질 정도입니다. 그만큼 바르셀로나
사람들은 이 건물을 가우디의 성당처럼 소중히 여깁니다.

그의 건축은 놀라울만큼 단순합니다. 그러나 그 단순함 안에는 섬세하고
정제된 아름다움이 숨어 있습니다. 그는 “Less is more(적을수록 더
많다)”라는 말로 그 철학을 표현했습니다. 그가 세상을 떠난 날, 뉴욕
타임스는 1면 오른쪽 박스에 이렇게 적었습니다.
“God is in the detail(신은 디테일 속에 있다).”

그는 평생 “명작은 디테일에서 완성된다”고 말하곤 했습니다. 그렇게
작은 것 하나에도 끝없는 주의를 기울였던 사람이었습니다. 이 경구는
이후에도 다양한 형태로 이어졌습니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천사는 디테일에 있다.” 하지만 본질은 같습니다. 디테일이야말로
진정한 차이를 만드는 힘입니다.

하루하루가 쌓여 인생이 되고, 작은 일이 모여 큰일을 이루니, 작은
일은 결코 작은 일이 아닙니다. 그것은 위대한 일의 씨앗입니다.

“주인이 이르되 잘하였다 착한 종이여 네가 지극히 작은 것에 충성하
였으니 열 고을 권세를 차지하라 하고” (눅19:17)
<강남 비전교회 / 한재욱 목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