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도현 시인은 ‘삼겹살 먹을 때 제발 고기 좀 뒤집어라!’고 말했
습니다(중략). 회식할 때 고기를 굽는 사람만 굽고 안 굽는 사람은 끝
까지 안 굽습니다. 고기 굽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중략) 삼겹살을 구
워봐야 고기 색의 변화,불판이 지글지글 타는 모습, 깔아놓은 김치가
삼겹살 기름에 튀겨지듯 익어가는 풍경, 몇 분 정도 구웠을 때 가장 맛
있는지가 생생하게 내 것이 됩니다.”
이유미 저(著) 《일기를 에세이로 바꾸는 법》 (위즈덤하우스, 58쪽)
중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회식 자리에서 고기를 굽는 사람은 단순히 손만 바쁜 것이 아닙니다.
고기 색이 변하는 순간, 지글거리는 불판의 온기, 삼겹살 기름에 익어
가는 김치의 향까지 몸으로 익힙니다. 굽지 않고 옆에서 보기만 한 사
람은 이 맛과 풍경을 절대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없습니다.

예수님께서 가나 혼인잔치에서 물을 포도주로 바꾸신 사건도 마찬가지
입니다. 잔치 손님들은 그저 맛있는 포도주만 마셨지만, 순종하며 물을
길어다 나른 하인들은 그 놀라운 변화를 눈앞에서 보고, 손으로 느끼고,
심장으로 체험했습니다.

굽지 않으면 삼겹살은 그냥 고기입니다. 긷지 않으면 물은 그냥 물입니
다. 고기를 굽고, 물을 긷고, 작은 일에 충성하고 순종하는 사람이 결국
하나님의 영광을 가장 가까이서 보게 됩니다.

고기를 구워본 자만, 삼겹살의 참맛을 압니다. 물을 길어본 자만, 기
적의 떨림을 압니다. 뒤집어야 맛을 알고, 길어야 기적을 봅니다.
순종하고 행동하는 자에게만, 맛도 기적도 ‘내 것’이 됩니다.

“연회장은 물로 된 포도주를 맛보고도 어디서 났는지 알지 못하되
물 떠온 하인들은 알더라.” (요2:9)
<강남 비전교회 / 한재욱 목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