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항공사들이 처한 위기의 상황을 지켜보노라면 수명(壽命)이 다 해가는 사람들에게 "정신을 놓지 말라"고 절규하는 영화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더 이상 버틸 힘이 없는 데 '정신을 차리라'는 건 무리한 요구이자 '바램'일 수밖에 없다. 저가항공사들이 코로나 19의 직격탄 이후 장기간 이어지고 있는 해외 이용객의 발이 묶이면서 적자가 눈덩이 처럼 커져 이제는 외상 단계를 뛰어넘어 돌이키기 힘든 내상(內傷)에 까지 번져 신음하고 있다. 국제저비영항공사(LCC)들이 올 1분기 중 총 2,700억원상당의 적자를 기록하며 벼랑으로 내몰렸다는 뉴스가 나왔다. 매출의 90% 이상을 차지하던 국제선 운항이 코로나 19의 장애로 완전 중단된 상태에서 인건비 , 비행기리스료 등을 감당할 수 없는 최악의 사태를 맞고 있다는 것이다. 유상증자도 해보고, 그동안 여기저기 분산해 뒀던 땅과 건물등도 팔면서 적자를 보전하려 기를 썼지만 이제는 더 이상 내다팔 것도 없다는 푸념이다. 결국 저가항공사들은 올들어 임대해 쓰던 비행기 상당분을 리스사에 반납했다. 밥그릇과 수까락까지 내다 파는 모양새이다.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 같은 대형 항공사들은 여객칸을 아예 화물전용으로 바꿔 어려운 상황을 스스로 극복해나가고 있지만 LCC항공사들은 그럴 수도 없다. 대부분 임대 항공기 인데다가 소형들이기 때문에 신뢰성도 떨어진다. 1분기 중 LCC업계의 실적은 한마디로 참담한 수준이다. 업계 1위라는 제주항공은 영업손실 859억원, 티웨이 항공은 손실 449억원을 기록했다. 에어부산이 472억원, 진웨이는 600억원의 영업손실을 좠다. 이들 4개 항공사의 적자규모 총합은 2,379억원에 달한다. 사는 게 사은 것이 아닌 상황인데 이런 상태가 언제까지 이어질런지 전혀 깜깜하기 때문에 피를 말리고 있다. 조금이라도 더 연명해보겠다고 빌려쓰던 비행기까지 반납해 보고 있지만 이것은 해결의 길이 아니다. LCC항공사들의 자산은 이제 거의 바닥에 다달았다. 일부잠식상태이다. 진웨이의 부채비율은 현재 1793,4%이다. 에어부산은 1745,9%이고 티웨이 922,1%, 제주항공 681,5%에 이른다. 영업이 잘 될 때라면 부채비율이 다소 높더라도 별 문제가 아니다. 벌어서 갚으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와 같은 깜깜 절벽 하에서는 '좌초의 예고지표'이다. 업계의 한 임원은 "이제 더 이상 버틸 힘이 없다"며 "이 상태가 조금만 더 이어진다면 쓸어지는 항공사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