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대중가요에 나오는 노래 가사 한 귀절이 떠오른다. "...세상은 요지경~..." 이란 말이다. 코로나 바이러스란 놈이 세상의 많은 걸 바꾸어 놓고 있는 가운데 그동안 엄격하고 공정(公正)하게 관리돼온 대학생들의 수학(修學)평가인 학점(學点)제 마져 엉망진창으로 만들어 놓고 있다. 대학시절 동안 애써 받은 학점들은 대학을 졸업 한 후 직장을 구하는데 있어 아주 중요한 '자기를 들어 내는 ' 증빙역활을 해 왔다. 점수가 어느 한 사람을 평가하는데 절대적인 것은 결코 아니다. 하지만 높은 학점을 받았다는 것은 △ 누구보다 교수님의 말씀에 귀를 기울였다는 증표요 △남들이 놀고 즐길 때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 냈다는 증거이며 △부모님들이 애써 마련해 보내주시던 피같은 학비 값에 보응한 결과임에 틀림이 없다. 이들 가운데서 대학교수가 나오고, 대기업에서 혹은 관직에서 꼮 필요한 인재들이 배출됐던 것이다. 물론 이것도 절대적이진 않지만 부인할 수만은 없는 바로메타의 하나임은 분명하다. 그런데, 바이러스 19가 이 땅에 스며 든 이후 가파르게 '버블 학점'이란 말이 튀어나오면서 '대학 학점.에 대한 불신풍조가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는 양상이다. 이래서는 안된다. 이유는 여러분들이 먼저 알고 있을 것이다. #...대학교육협의회가 공시한 '2020대학정보'에 따르면 지난해 대학들은 앞다퉈 '성적절대평가제'를 도입하면서 A~B등급 학점비율을 크게 높였다. 그런데 '성적절대평가제' 채택 이유가 기가 막힌다. 여러분들도 기억하겠지만 코로나 19로 직접적 대면 강의를 듣지 못했으니 피 같은 대학등록금을 되돌려 달라는 대학생들의 강경한 주장과 시위 장면과 직접적 연관이 있다. 교수 입장에서는 우선 이유야 어떠하든 '못 가르친 것이 미안'하고, 대학으로서는 등록금을 되돌려 달라는 학생들의 요구에 부응할 수 있는 대안이 필요했을 수도 있다. 이를 대학교육협의회에서는 '비대면 시험과 학생자퇴 방지를 위한 선택'이라고 풀어 해석하고 있다. #...어떻든 이런 제도 변화 속에서 'A학점짜리 평가'가 무더기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작년 1학기 A학점 이상 학생비율은 전년도에 비해 40%P이상 늘어난 대학이 17곳에 이른다. 중앙대 70,3%, 이화여대 65%, 연세대 67,2% 등이다. 이와 관련하여 어느 학교 A교수는 "원래 일정 비율이상 A학점을 입력할 수 없도록 되어 있었으나 작년 1학기부터 교수들이 원하는 비율대로 학점을 줄수있게 돼 절대평가를 하게 됐다"면서 "학생들이 비대면 수업의 수준이 낮다고 등록금 반환까지 요구하는 와중에 비대면 시험을 보면서 칼같이 상대 평가를 한다는 게 쉽지 않다"고 말했다. 또 어느 교수는 "실제 학생들이 받아야 할 성족보다 학점을 후하게 줬는데도 이의 신청은 줄어들지 않는다"고 했다. 특히 이 교수는 "지난해 비대면 수업으로 소속감이 악화된 상황에서 낮은 학점 때문에 학생들이 자퇴 결심을 할까봐 교수들이 학점을 높게 주는 측면도 있다"고 귀뜸했다. 실제 지난해 지역 거점 국립대 9곳에서 신입생 2,400여명이 자퇴한 것으로 집계됐다. #...사정이야 어떠하든, 지성인의 상아탑이라는 대학에서 실제와 어긋나는 '학점 버블'이 만연하고, 이로 인한 신뢰(信賴)와 정도(正道)가 무너진다는 것은 가슴 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대학과 교수님들의 권위는 또한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런지 그것이 염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