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통신] 서울공예박물관이 아시아 옻칠 연구를 선도하는 국제 허브로 자리매김한다. 국내에서 처음 추진되는 아시아 옻칠 학술 프로젝트를 통해 옻나무 재배부터 현대 작가의 작품까지 칠공예 전반을 조명하고, 시민과 전문가가 참여하는 국제교류의 장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박물관은 11월 26일 국제학술심포지엄 '한·일 옻칠의 역사와 미래'를 개최한다. 심포지엄에서는 한·일 옻칠 전문가들이 모여 각국 옻칠의 역사적 맥락을 짚고, 옻칠 문화의 지속 가능한 전승 방안을 논의한다. 참여 신청은 19일부터 서울공예박물관 누리집에서 선착순 80명 접수 가능하며, 26일 당일에는 현장 등록도 함께 진행된다.
전(前) 일본 츠루미대학 코이케 토미오 교수의 ‘일본 칠공예 전개와 교류’를 시작으로 국가유산청 최영숙 문화유산감정위원의 ‘한국 칠공예 전개와 교류’, 교토예술대학 오카다후미오 교수의 ‘옻칠 문화재 분석과 수리 복원’, 국립공주대 신성필 연구원의 '2025년 서울공예박물관 국제 옻칠 프로젝트' 연구 성과, 도쿄예술대학 아라이 히로키 연구원의 ‘일본 마키에 기술 전승’, 서울공예박물관 강연경 학예연구사의 ‘한국 칠공예 장인과 기술 전승’ 발표가 이어진다.
발표 후에는 미술사학자, 보존과학자, 전승 및 현대 칠공예 작가 등 전문가들이 참여해 한국 칠공예의 지속 가능한 보존과 산업 활성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서울공예박물관은 2020년부터 옻칠 기록화와 현지 조사, 칠공예 재료·기술 아카이브 구축, 이동형 전시 콘텐츠 '옻칠공예상자' 개발 등 연구와 콘텐츠 활용 사업을 꾸준히 진행해 왔다. 올해 6월에는 테마전시 《漆: 옻나무에서 칠기로》를 개최하고, 재료·기술 워크숍 '한국 근현대 옻칠공예'를 통해 옻칠 각 분야 전문가들이 시민들과 함께 옻칠 산업의 현장 경험과 의견을 나누는 자리를 마련했다.
옻칠은 동아시아의 공통 공예유산으로 대중적 관심에도 불구하고, 전문 기관의 부족과 종사자의 고령화로 인해 연구가 시급한 분야이다. 특히 2011년 전국 유일의 칠예과가 폐과되면서 현재 공공기관 또는 민간 강좌를 통해서만 기술 교육을 접할 수 있는 상황이다.
서울공예박물관은 소멸 위기에 놓인 옻칠 생태계를 활성화하고 대중적 관심을 높이기 위해, 옻칠을 주요 테마로 삼아 조사·연구, 전시, 교육 등 다양한 사업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왔다.
8월 3일부터 10일까지 일본 현지를 7박 8일간 방문해, 니노헤·하치만타이 등 대표 옻칠 생산지와 와지마·교토·나라 등 기술 전승 현장을 조사하고 기록화했다. 일정 마지막 날에는 한·일 옻칠 전문가가 참여하는 교류 세미나를 개최해 그동안의 연구 성과를 공유했다. 기록화 영상은 추후 편집을 거쳐 박물관 유튜브 채널(@SeMoCATV)을 통해 시민에게 공개할 예정이다.
일본 옻칠 생산량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이와테현 북부 니노헤시에서는 옻칠 전담 부서 관계자들을 만나 생산 관리 체계를 확인했고, 하치만타이시 아시로칠공기술연구센터를 방문해 관련 연구·교육 현황을 조사했다. 일본을 대표하는 칠기 생산지 와지마시에서는 칠기 산업 진흥을 이끄는 와지마칠예미술관과 와지마칠기상공업협동조합 관계자들과 의견을 나누었다. 또한 교토와 나라에서는 옻칠 정제, 칠기 제작, 문화재 수리 등 에도 시대부터 4대째 기술을 전승해 온 장인들을 만나 기술과 작업 과정을 기록하고 인터뷰했다.
나라대학에서 열린 교류 세미나 '옻칠, 계승과 확장의 전략들'에서는 서울시 무형유산 칠장 손대현 보유자, 일본 선정보존기술 ‘칠공품 수리’ 보유자 기타무라 시게루, 서울공예박물관 강연경 학예연구사, 쯔쯔미아사키치칠점 쯔쯔미 타쿠야 대표의 발표를 중심으로 양국의 옻칠 현황을 공유했다.
10월에는 유네스코 아태무형문화유산센터 주최, 베트남 하노이국립대학교 주관의 '2025 아태지역 공유유산 보호 국제심포지엄'에 참여해 한국 옻칠 전승 현황을 발표하고, 아시아 7개국과 함께 옻칠의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공동 등재 방안을 논의했다.
오문선 서울공예박물관 수집연구과장은 ‘한국 옻칠 유산 보호제도와 정책’을, 강연경 학예연구사는 ‘한국 옻칠 유산의 현황과 활성화 방안’을 주제로 각각 발표했다. 이어 일본·베트남·태국·미얀마·캄보디아·싱가포르·인도의 옻칠 전문가들과 각국의 현황을 공유하고 향후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서울공예박물관은 2026년부터 옻칠공예 재료·기술 연구와 콘텐츠 활용 사업 범위를 아시아 전역으로 확대하고, 국내외 옻칠 기관·전문가와 협력 체계를 구축해 아시아 옻칠 연구의 중심지로 도약할 계획이다.
김수정 서울공예박물관장은 “이번 국제 교류와 연구 성과는 한국 옻칠의 가치를 새롭게 바라보고, 아시아 여러 나라와 협력의 폭을 넓히는 소중한 계기가 됐다”며 “앞으로도 서울공예박물관은 아시아 옻칠 문화의 지속 가능한 전승과 발전을 위해 국제 연구 허브로서의 역할을 다하며, 유네스코 공동 등재를 위해서도 각국과 지속적으로 협력하겠다”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