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꽁이에게 바램 우리 동네 재개발 땅에 일찍이 터 잡아 옹골차게 대를 이어온 종족 언뜻 보아 두꺼비 같으나 흘겨보면 개구리 형상 자극에 못 견디게 오동통 맹과 꽁의 소통으로도 둥글둥글 살아온 엉금이 달콤한 나날들이었는데 울타리 굳게 잠긴 구역에 갑자기 들이닥친 불청객들 보호종 이동 조치한다네 얘들아, 서럽다 울지 말고 좋아라 기뻐하며 떠나가려무나 이맘때 고향의 달밤 그리울 제 매앵꽁, 매앵꽁 소슬바람에라도 띄워주렴
하얀 나팔꽃 가을이 낸 정(淨)한 아침, 아파트 울타리에 우아하게 피는 하얀 나팔꽃 지난밤 어둠 속 초롱초롱 별 하나 가슴에 꼬옥 안아 지샌 시간이 있었기에 가냘픈 손이 닿은 철망에 연록의 몸 틀고 올라가 푸른 하늘 기대는 그대여 하트형 잎새에 둘러싸여 오각 나팔이 낭랑히 뿜는 노랫가락 좋을시고 가을이 낸 정(淨)한 아침, 흥겨운 소리에 이내 마음 단풍처럼 곱게 물들리다
가을이 오는 길 촘촘한 솔잎 사이로 아침 볕살 직하하는 가로숫길에 행인의 발길 모처럼 뜸하다 많은 인연이 겪은, 지난여름의 흔적들 간데없고 산뜻한 시간만이 기웃기웃 도롯가 풀숲의 귀뚜라미 노래는 뇌리 한구석에 녹아들어 발걸음 또한 가벼웁다 선량한 바람이 얼굴을 비벼대 내 마음 연 꼬리처럼 살랑살랑 봉싯한 구름에 닿으려나 가로숫길에 영그는 가을의 소망들 싱그런 가을 동무가 있어 내딛는 발길 한동안 머뭇머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