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산공원의 봄나들이 흥인지문 좌측 오르막길 아직도 서먹한 봄볕을 타고 산수유꽃 삐쭉이 목을 내밀고는 폭죽처럼 노랑 꽃망울을 터뜨린다 백오십여 년 전. 청계천을 지척에 두고 우마들이 서성거렸을 옛 목초지 들어서면 시끌벅적한 이현 시장의 진풍경이 아른거린다 낙타 등을 오를수록 투박했던 백성들의 고달픈 삶의 노래가 비탈진 밭고랑을 덮은 콘크리트 틈새를 비집고 나온다 세월의 검버섯에도 유연히 능선을 넘나드는 성곽은 승천하는 청룡의 기세로 수도방어의 사명을 묵묵히 감당해 왔는데, 이제 빌딩 숲이 호위하는 궁궐은 끊어진 왕조의 슬픔을 삭여가면서 서민들 곁으로 다가와서 당시가 격변기임을 애써 드러내는 듯하다 전통과 현대를 넘나드는 시공간을 시원스레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의 명소로 거듭나는 낙산공원, 한창 계절 바꾸기에 분주하다 여유가 흐르는 공원에 오른 탐방객 얼굴에 은연히 희색 도니 내친김에 산수유꽃 달콤한 향기 타고 사대문 안팎을 훌훌 둘러봄이 어떠하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