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당신에겐 평화가 없는 거요. 이해하지 않으면 행복할 텐데!
뭐가 부족해요? 젊겠다, 돈이 있겠다,건강하겠다, 사람 좋겠다, 만고에
부족한 게 없어요. 하나도 없지. 한 가지만 제외하고! 무식 말예요.”
니코스 카잔차키스 저(著) 이윤기 역(譯) 《그리스인 조르바》
(열린책들, 428쪽) 중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그리스인 조르바》에서 가장 상징적인 이 대목은, 지식과 관념에 갇힌
현대인의 고질적인 병폐를 찌르는 문장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무식’
은 지적 능력이 낮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계산하지 않는 마음’
이자 ‘무모할 정도로 순수한 야성’‘이유를 묻지 않고 춤출 수 있는
것’등을 뜻합니다. “이해하지 않으면 행복할 텐데!” 조르바의 멋진
지적입니다.
주인공은 젊고, 돈도 있고, 건강도 있고, 인간관계도 좋은,
조건적으로는 완벽한 삶을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그는 불안하고 평
화를 얻지 못합니다. 끊임없이 생각하고, 분석하고, 의미를 따지며,
삶을 이해하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삶은 분석의 대상이 아니라
체험의 대상입니다. 조르바는 지식이라는 갑옷을 입고 삶이라는 바다를
구경만 하는 화자에게, 그 무거운 갑옷(지성)을 벗고 물속으로 뛰어들
라고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신앙도 그러합니다. 믿음은 설명이 아니라 맡김이며, 계산이 아니라 순
종입니다. 사도 빌립은 항상 치밀한 계산과 합리적인 분석이 가득했습니
다. 오병이어의 기적을 앞두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빌립이 대답하되 각 사람으로 조금씩 받게 할지라도 이백 데나리온의
떡이 부족하리이다.” (요6:7)
예수님이 베푸실 기적의 역사보다 자신의 정교한 지성의 눈으로 현재의
상황을 봅니다. 믿음은 모든 것을 납득한 뒤에 걷는 길이 아니라, 다
알지 못해도 주님을 신뢰하며 한 걸음 내딛는 순종의 발걸음입니다.
주님께 대한 이 전적인 맡김 속에 평강이 임합니다.
<강남 비전교회 / 한재욱 목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