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2.01 (월)

  • 맑음동두천 1.5℃
  • 구름조금강릉 7.7℃
  • 맑음서울 3.8℃
  • 구름조금대전 3.4℃
  • 맑음대구 4.5℃
  • 맑음울산 8.2℃
  • 맑음광주 5.1℃
  • 맑음부산 10.9℃
  • 맑음고창 1.8℃
  • 맑음제주 8.6℃
  • 맑음강화 2.4℃
  • 구름많음보은 0.5℃
  • 구름조금금산 2.2℃
  • 맑음강진군 5.8℃
  • 맑음경주시 1.2℃
  • 맑음거제 7.0℃
기상청 제공

포토뉴스

그리스도인이 시를 읽어야 하는 이유


동그라미를 그릴 때,
〇 〇 〇 〇 이렇게 연결하면 산문이 되겠지요.
그러나 시는 달라요. ((〇)) ((〇)) ((〇)) ((〇))
달무리 옆에 또 다른 달무리가 생기는 식이지요.
땅바닥에 돌을 늘어놓는 것이 산문이라면,
물에 던진 돌의 파문을 연결하는 방식이 시예요.
말의 번짐과 퍼짐을 적극 이용하는 것이 시인이 할 일이에요.

이성복 저(著) 《불화하는 말들》중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우리가 산문을 읽을 때는 길 위를 걷는 사람과 닮아 있습니다. 말의 돌
멩이들을 하나씩 주워 바닥에 놓으며 앞으로, 앞으로 나아갑니다. 그
길은 분명하고, 발 디딜 곳도 분명합니다. 말들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한 줄을 이루니 독자는 그 줄을 따라가면 됩니다.

 

 

하지만 시는 다릅니다. 시는 길 위가 아니라, 물 위에 서 있습니다.
한 단어가 물에 떨어지는 돌처럼 둥글고 투명한 파문을 만들어 냅니다.
그 파문은 이내 또 다른 파문을 부르고, 그 둘이 만나 새로운 원을 그
리며 퍼져 나갑니다. 그래서 시는 한 방향으로만 흐르지 않습니다.

 

 

말이 번져 나가고, 감정이 퍼져 나가고, 모호함 속에서 새로운 형상이
나타납니다. 동그라미를 갖다 놓는 산문이 눈앞의 세계를 차곡차곡 조
립한다면, 달무리를 겹쳐 그려내는 시는 보이지 않는 것들이 스스로 드
러나도록 기다립니다. 빛이 흐르고 퍼질 때만 볼 수 있는 무늬처럼 시는
언어의 여백 속에서 말하지 않은 것까지 끌어올립니다.

 

 

그래서 시인은 정확히 말하는 사람이 아니라, 말을 흐르게 하는 사람
입니다. 그렇기에 시를 읽는다는 것은 말을 따라가는 행위가 아니라,
말의 파문 속에 내가 조용히 잠겨보는 일입니다.

 

 

성경 속의 시편, 아가서, 욥기, 그리고 예수님의 비유들은 모두 ‘정보’
가 아닌 ‘은유’와 ‘이미지’로 되어 있습니다. 예수님은 “천국은 A
다”라고 정의하기보다 “천국은 마치 밭에 감추인 보화와 같다”고 시
적으로 말씀하셨습니다. 물론 성경의 해석은 성령님이 해 주십니다.
그러나 시를 읽는 눈이 뜨이면, 성경 속에 숨겨진 하나님의 탄식, 사
랑의 호소, 그리고 십자가의 역설이 단순한 텍스트를 넘어 가슴을 치는
울림으로 다가오게 됩니다.

 

 

그리하여 우리 성도들은 시를 읽는 것이 좋습니다. 시를 읽으며 행간의
침묵을 배우고, 메마른 단어 속에 숨겨진 물기를 느끼면, 딱딱하게 굳은
우리의 마음 밭이 기경(起耕)되어, 하나님의 세미한 음성이 일으키는
파문을 감지할 수 있습니다.
 

 

“예수께서 이 모든 것을 무리에게 비유로 말씀하시고 비유가 아니면
아무 것도 말씀하지 아니하셨으니 이는 선지자를 통하여 말씀하신 바
내가 입을 열어 비유로 말하고 창세부터 감추인 것들을 드러내리라 함을
이루려 하심이라.” (마13:34,35)]

<강남 비전교회 / 한재욱 목사>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