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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천득 ‘이 순간’


두뇌가 기능을 멈추고
내 손이 썩어가는 때가 오더라도
이 순간
내가 마음 내키는 대로 글을 쓰고 있다는 것은
허무도 어찌하지 못한 사실이다.

피천득 저(著) 《창 밖은 오월인데》 (민음사, 124쪽) 중에 나오는 구
절입니다.

 

 

허무는 말합니다. “언젠가 너는 사라질 것이다.”
하지만 시인은 말합니다.
“그래도 나는 지금 이 순간을 쓴다. 두뇌가 멈추는 날이 와도, 지금의
떨림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손이 썩어가는 순간이 와도, 오늘 내가
적은 한 줄은 허무도 지우지 못하리라. 끝을 알고도 쓰는 용기, 그 용
기가 바로 나를 살아 있게 한다. 사라질 몸으로 쓰는 영원, 그 영원이
바로 지금 내 손끝에 피어오른다.”

 

 

허무가 텅 빈 바람이라면, 시인은 그 빈 바람을 가르는 작은 문장이
됩니다. 끝을 향해 가는 존재이지만, 지금 마음 내켜 쓰는 이 순간만
큼은 무너질 수 없는 진실이라고 합니다. 영원하지 않아도 지금은 진
짜라고 합니다. 사라질 것을 알아도 이 순간은 아름답다고 합니다.
허무가 미래를 들이대도 현재가 더 강합니다. 지금 사랑하거나 웃거나
쓰거나 느끼거나 그 순간만큼은 허무를 이기고 있는 것입니다.

 

 

신앙인 또한 사라질 몸으로 예배하고 기도하고 전도하고 선교하고 구
제하고 있습니다. 허무는 신앙인들에게도 “너는 사라질 것이다”라고
속삭입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너는 나의 사랑 안에 영원히 있다”
고 말씀하십니다.  신앙인들은 영원에 잇대어 살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오늘의 헌신과 느낌은 헛되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내 사랑하는 형제들아 견실하며 흔들리지 말고 항상 주의
일에 더욱 힘쓰는 자들이 되라. 이는 너희 수고가 주 안에서 헛되지
않은 줄 앎이라.” (고전15:58)

<강남 비전교회 / 한재욱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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