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사는 사람은 언제나 전원의 목가적 풍광을 사모한다. 그러나
막상 그곳에 가면 며칠이 못 되어 다시 도회의 번화한 풍광과 따뜻한
커피 한잔이 그립게 마련이다. 이에 대한 처방은 무엇일까?”
정민 저(著) 《한시 미학 산책》(솔, 122-123쪽) 중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서울에 사는 사람은 전원의 평화롭고 목가적인 삶을 동경합니다. 하지만
막상 전원에 가보면, 며칠 지나지 않아 도시의 편리함, 활기, 그리고
‘따뜻한 커피 한 잔’으로 상징되는 세련된 문화를 그리워하게 됩니다.
일본 에도시대의 바쇼의 시는 이 주제를 한층 더 깊이 있게 만듭니다.

가을 십 년에
도리어 에도(江戶) 쪽을
가리키는 고향

바쇼는 1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타지였던 에도(현재의 도쿄)에서 생활
했습니다. 이제 그곳을 떠나 태어난 고향으로 돌아가지만, 그의 마음은
오히려 자신이 떠나온 도시 ‘에도’를 향하고 있습니다. 이는 고향이
라는 개념이 단순히 태어난 장소(birthplace)가 아니라, 자신의 삶과
시간이 켜켜이 쌓인 곳, 정서적 유대감이 형성된 곳(hometown)으로 변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작가 김은주는 행복이 가장 싫어하는 세 단어가 있다고 했습니다.
지금 말고 그때 / 이곳 말고 거기 / 당신 말고 그 사람 /
‘그때’는 다 아름다웠다고 합니다. 그러나 지금도 조금만 지나면 그
때입니다. “파리의 낭만은 3일이면 족하다”는 말이 있습니다. 낭만
있을 것 같은 ‘거기’도 거기 사는 사람들에게는 일상일 뿐입니다. 그
리고‘그 사람’이 아니라 ‘당신’이 가장 아름다운 사람입니다.
지금 여기 나와 함께 하고 있는 당신이 고향입니다.

“네 집 안방에 있는 네 아내는 결실한 포도나무 같으며 네 식탁에 둘러
앉은 자식들은 어린 감람나무 같으리로다.” (시128:3)
<강남 비전교회 / 한재욱 목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