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독 눈부신 한여름 햇살이 가득한 8월 15일, 우리는 광복 80주년을 맞이한다.
광복절은 일제의 억압에서 벗어나 자유를 되찾은 것을 기념하는 날이다. 80년 전 오늘, 나라를 되찾았다는 소식은 민족의 가슴마다 눈물로 피어났고 잃었던 이름을 되찾은 순간은 오랜 어둠을 밝히는 하나의 등불이었다. 그리고 그 뒤에는 빛을 밝히기 위한 노력이 있었다. 타지에서, 감옥에서 자유를 꿈꾸며 자신을 희생한 숭고한 청춘들이 있었다. 과거의 그들의 희생과 눈물 덕분에 우리는 자유롭고 평화로운 ‘오늘’을 살아가고 있다.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자유는 수많은 영웅들의 피와 땀 그리고 눈물로 이루어진 것이다.
그리고 계속 질문해야 한다. 우리가 잊고 지낸 이름들은 없었는지, 그들의 이야기를 제대로 간직하고 있는지. 사람들에게 잘 알려진 영웅들도 있지만 기록되지 않은 이들이 더 많이 존재한다. 숭고한 희생을 했지만, 신문의 기사 한 줄도 사진 한 장도 남기지 못한 채 기억 속에서 사라진 사람들이다.
우리는 잊혀진 영웅들을 적극적으로 발굴해내어 그분들이 세상에 알려지고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도록 노력해야 한다. 자유와 평화를 위해 싸운 이들의 노력을 세상에 알려야 한다. 더 나아가 그들의 이야기를 지키기 위해 과거를 기념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아야 하며, ‘내일’을 살아갈 미래세대들에게 어떤 기억을 남길 것인지를 생각해야 한다.
광복절은 ‘잊지 않기 위해 존재하는 날’이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계속해서 기억하기 위한 날’이기도 하다. 미래세대들이 ‘광복’을 교과서 속 단어가 아닌 삶의 가치로 이해할 수 있도록 계속해서 이야기해야 한다. 또한 미래세대가 주체가 되어 광복의 의미를 새로운 언어로, 새로운 기술로, 그리고 새로운 문화로 전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기억은 역사로만 남는 것이 아니라 삶의 현장에서 미래를 여는 주체가 되어야 한다.
모든 세대가 함께 어우러져서 또 다른 80년을 향해 나아가도록 나라를 위해 희생하고 헌신한 분들의 빛이 잊히지 않기를 소망한다. 80년 전의 광복이 우리에게 자유와 평화를 안겨 주었다면 앞으로의 80년은 우리가 그 자유와 평화를 어떻게 지켜내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광복 80년은 모든 이들에게 새로운 ‘시작’이 되는 해이다. 과거를 기억하고 미래를 만들면서 모든 세대가 더 따뜻하고 단단한 대한민국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이름들, 그 따뜻하고도 단단한 기억이 우리 모두의 내일을 밝혀주는 등불이 되기를 바라며 광복 80주년인 오늘 그 이름을 되새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