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철수가 영희에게 봉달이 험담을 했다.
영희도 처음엔,봉달이 나쁜 놈! 맞장구를 쳤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자
영희는 나쁜 놈이 봉달이었는지 봉식이었는지 기억하지 못한다. 철수가
누군가를 험담했다는 사실만 기억한다. 철수의 거친 입만 기억한다.
그 기억이 결국 철수와 영희를 멀어지게 만든다.”
정철 저(著) 《꼰대 김철수》 (허밍버드, 75쪽) 중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처음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을지도 모릅니다. “그래, 봉달이 좀 문
제긴 하지.”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험담을 한 사람에 대한 인상이
짙게 남습니다. “봉달이 나쁘다”는 말보다, “철수가 험담했다”는
인상이 오래 갑니다. 입에서 나간 험담은 메아리가 되어 돌아와, 나를
설명하는 문장이 됩니다.

“그 사람, 말이 좀 거칠지 않아?”
“조심해야 해, 누구든 험담할 수 있는 사람이야.”
말의 신비가 여기 있습니다. 남을 말하는 듯하지만, 사실은 나를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험담은 자신에게 돌아오는 칼입니다. 베인 건 봉달이지만, 결국 피 흘
리는 건 철수입니다. 험담은 남의 이야기를 하다가 내 얼굴에 생긴 주
름입니다. 누군가를 깎아내리는 말은, 나를 깎아내리는 조각칼입니다.
험담은 남을 깎는 줄 알았는데, 내 인생을 파내는 정(釘)이었습니다.
말은 남을 위한 배려이자, 나를 위한 품격입니다.

“무릇 더러운 말은 너희 입 밖에도 내지 말고 오직 덕을 세우는 데 소
용되는 대로 선한 말을 하여 듣는 자들에게 은혜를 끼치게 하라.”
(엡4:29)
<강남 비전교회 / 한재욱 목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