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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뉴스

경험을 했으되 의미는 놓쳤다


“경험을 했으되 의미는 놓쳤다.”
(We had the experience but missed the meaning)

T.S. 엘리엇의 《네 개의 사중주Four Quartets)》 중 두 번째 곡인
「이스트 코커East Coker)」에 등장하는 구절입니다.

 

 

“경험을 했으되 의미는 놓쳤다” 엘리엇의 이 말이 오늘날에 절실히
다가옵니다. 디지털 혁명이 가져온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바로
‘경험’의 재정의입니다. 클릭 한 번으로 세계 어디든 갈 수 있고,
VR 헤드셋으로 우주를 여행하며, 유튜브로 에베레스트 정상에 오르고,
킬리만자로의 웅장함에 감탄합니다. 인스타그램 피드를 스크롤하며 파
리의 카페에서 마신 커피 향을 상상하며, 몇 초 만에 세계 곳곳을 경
험할 수 있는 이 편리함은 분명 기술의 선물입니다. 하지만 이런 디지털
‘경험’들이 우리에게 진정한 ‘의미’를 전달하는지 물어야 합니다.

 

 

스크린을 통해 본 아프리카 사파리의 석양이 실제로 그 땅에 서서 느
끼는 황홀감과 같을 수 있을까요? 이어폰으로 들은 바닷소리가 실제 파
도가 발끝을 적시며 전하는 생명력과 같은 울림을 줄 수 있을까요?
디지털이 줄 수 없는 한 가지가 있습니다. 바로 몸으로 겪고 마음으로
품는 체험, 그리고 그 속에서 의미를 건져내는 성찰입니다.‘의미를 놓
치지 않는 경험’을 위해 직접 보고, 듣고, 만지고, 느끼며 살아야 합니다.

 

 

진정한 경험은 몸을 통해 각인됩니다. 히말라야 고산지대의 숨 막
히는 공기, 사막의 뜨거운 모래가 맨발에 주는 작열감, 사랑하는 사람의
손을 잡았을 때의 떨림, 오감이 총동원되어 받아들인 경험만이 마음 깊
숙이 새겨져 진정한 ‘의미’가 되는 것입니다.

 

 

디지털 경험은 분명 고마운 점이 있습니다. 코로나19 시대를 겪으며 우
리는 디지털 기술이 얼마나 소중한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지 깨달았습니
다. 화상통화로 만난 가족의 얼굴, 온라인으로 함께한 콘서트의 감동도
분명 의미 있는 경험입니다. 몸이 아파 움직이지 못하는 성도들에게 온
라인 영상 예배는 생명수와도 같습니다. 중요한 것은 균형입니다.

 

 

디지털 경험을 실제 경험의 완전한 대체재로 여기지 말고, 진짜 경험을
위한 영감이나 예고편 정도로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온라인은 연결해
주지만, 울림은 결국 몸으로만 오는 것입니다. 디지털은 예고편일 뿐,
본편은 여전히 당신의 두 발로 걸어야 합니다.
 

 

“너희는 여호와의 선하심을 맛보아 알지어다. 그에게 피하는 자는 복이
있도다.” (시34:8)

<강남 비전교회 / 한재욱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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