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4일에는 올해 평창국제평화영화제 개막작이었던 '무녀도'가 개봉한다. '무녀도'는 '인간에게 종교란 무엇인가'라는 철학적 질문을 충만한 비주얼과 사운드로 관객에게 전달하는 감각적 작품으로, 2020년 안시국제애니메이션영화제에 초청됐고, 새롭고 도전적인 형식을 탐색하는 '장편 경쟁-콩트르샹' 부문에서 심사위원특별상을 수상했다. 올해 평창국제평화영화제 클로즈업 섹션에서 조명했던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연필로 명상하기'의 안재훈 감독은 1990년대부터 애니메이터로 활동한 아티스트이다. 다양한 형식의 애니메이션을 만들어온 그는 한국 단편 소설을 토대로 '메밀꽃, 운수 좋은 날, 그리고 봄봄'과 '소나기'에 이어 '무녀도'를 선보였다. 장편 뮤지컬 애니메이션인 '무녀도'는 실험적 작품으로, 안재훈 감독은 “화려한 색감과 개성적인 캐릭터를 부각하기 위해 뮤지컬 형식을 차용했다”고 전했다.
올해 평창국제평화영화제 평양시네마 섹션에서 소개된 영화 '나는 조선사람입니다'도 12월 9일 개봉한다. 2002년 금강산에서 재일 조선인들과 만나면서 시작된 이 작품은, 재일 조선인 사회의 이면을 폭넓게 다룬 다큐멘터리다. '1945년 광복 이후 76년의 세월이 지났지만, 재일조선인이 받는 차별의 고통이 과연 끝났는가'라는 물음으로 시작하는 영화로, 김철민 감독은 이들을 처음 만난 후 18년 동안 꾸준히 일본을 방문하며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삶을 기록했다. 지난 6월 평창국제평화영화제에서 영화 상영 후 관객과 만난 김철민 감독은 “일본에 있는 동포들이 자기가 가진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나서는 모습이 강하고 인간답게 느껴졌다”며 “영화를 통해 분단의 문제가 우리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기억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전했다.
평창국제평화영화제 김형석 프로그래머는 “올해 평창국제평화영화제에서 가장 주목받았던 작품들이 연이어 개봉을 앞두고 있어 감사한 마음”이라며 “무대 위의 노장으로 살아가는 송해의 모습을 새롭게 만날 수 있는 '송해 1927',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다름'을 넘어 하나가 되기 위한 노력임을 보여주는 '무녀도', 우리의 역사가 얼마나 폭력적이었는지를 새삼 깨닫게 하는 '나는 조선사람입니다'까지, 이번 연말 관객들에게 의미있게 다가갈 수 있는 작품들이 되리라 기대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