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나 사상가는 어딘가에서 날아온 나뭇잎 한 장으로 자신의 숲을
만들어 내는 사람들이잖아.”
스즈키 유이 저(著) 이지수 역(譯) 《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
(리프, 168쪽) 중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숲을 만드는 것은 한 장의 나뭇잎에서 시작됩니다. 위대한 사상도, 누
군가의 인생을 바꾸는 통찰도 처음에는 사소한 계기에서 시작됩니다.
우리의 일상도 사실은 수많은 나뭇잎이 날아다니는 공간입니다. 하루
에도 몇 번씩 스치는 문장, 우연히 들은 말, 지나간 장면, 떠오른 기억.
그러나 대부분은 바람에 흩어지듯 사라집니다. 기록하지 않고, 묵상하지
않고, 질문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숲이 되지 못한 잎들은 그저 낙엽으로
남습니다. 반대로, 어떤 사람은 그 잎 하나를 조심스레 주워 책갈피에
끼워 둡니다. 다시 꺼내 보고, 또 바라보고, 의미를 묻고, 자기 삶과
연결합니다. 그렇게 잎은 가지가 되고, 가지는 나무가 되고, 어느 날
자신만의 숲이 서 있습니다.
신앙의 길도 다르지 않습니다. 하나님은 종종 거대한 계시가 아니라
작은 잎으로 우리를 부르십니다. 한 구절의 말씀, 한 편의 설교, 한 사
람의 간증, 뜻밖의 위로. 그것은 처음엔 너무 작아 보이지만, 마음에
심기면 자라기 시작합니다. 성숙된 믿음이란 이렇게 날아온 잎 하나를
흘려보내지 않고 붙잡는 섬세함입니다.
스즈키 유이의 소설 속 괴테 연구자는 티백 꼬리표에 적힌 한 문장에서
평생의 확신이 흔들립니다. 그 작은 문장은 그의 세계를 뒤흔드는 씨
앗이 됩니다. 중요한 것은 ‘크고 대단한 것을 만나기를 기다리는 태도’
가 아니라, ‘작은 것을 깊이 바라보는 태도’일지도 모릅니다.
오늘도 하나님이 보내 주신 나뭇잎 한 장이 날아옵니다. 그것을 붙잡는
순간, 우리의 숲은 자라기 시작합니다.
“또 비유를 들어 이르시되 천국은 마치 사람이 자기 밭에 갖다 심은
겨자씨 한 알 같으니 이는 모든 씨보다 작은 것이로되 자란 후에는 풀
보다 커서 나무가 되매 공중의 새들이 와서 그 가지에 깃들이느니라.”
(마13:31-32)
<강남 비전교회 / 한재욱 목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