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군인의 길을 택한다는 것은 곧 국가에 대한 특별한 사명감을 위해 사회 경험과의 단절을 감수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세상이 빠르게 변하는 동안, 그들은 청년의 시간을 오직 국방의 최전선에서 보내며 묵묵히 공동체의 안전을 지켜내 왔다. 전역 후 사회로 진입했을 때 그들이 낯선 벽 앞에 서게 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렇기에 그 긴 시간을 묵묵히 헌신한 이들의 삶은 존경받아 마땅할 것이다.
이들은 단순히 병역 의무를 마친 것이 아니라, 국가 안보의 핵심 현장에서 책임을 지고 전문성을 쌓아온 것이지만, 우리 사회는 아직 그 가치를 충분히 알아보지 못하고 있다. 군에서 보낸 시간이 경력으로 인정되기보다 단절로 여겨지고, 전역 이후의 삶은 쉽지 않은 도전으로 여겨진다. 그리고 그들의 좌절은 곧 우리 공동체의 손실이 되는 것이다.
반면, 해외의 사례는 우리와 좀 다르다. 미국은 HIRE Vets Medallion Award를 통해 제대군인을 고용하고 유지하는 기업을 국가가 공식적으로 인증하고 있다. 지난 2024년에는 800개가 넘는 기업이 이 상을 받았고, 수만 명의 제대군인이 안정적으로 일자리를 얻었다. 군에서의 경험이 민간 사회에서도 가치 있게 쓰일 수 있다는 확신이 제도적으로 뒷받침되는 대표적 사례이다.
캐나다 역시 지난 2024년 6월 ‘국가 제대군인 고용 전략’을 발표했다. 이 전략에는 군 복무 과정에서 익힌 기술과 자격을 민간 일자리와 연결하는 제도를 마련하고 제대군인을 채용·지원하는 기업을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방안을 담고 있으며, 전역 군인의 사회 정착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기업과 사회 전반의 참여를 넓히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처럼 우리 사회도 변화를 시작해야 한다. 군에서 길러진 리더십, 위기관리 능력, 협동심은 기업과 지역사회가 절실히 필요로 하는 자산이다. 이를 제도적으로 인정하고 사회가 존중할 때, 제대군인의 헌신은 개인의 희생이 아니라 모두의 자산으로 남게 될 것이다.
작은 존중의 말, 따뜻한 시선, 그리고 경력을 인정하는 제도가 모일 때, 이들이 국가에 바친 청춘은 명예로 이어진다. 제대군인에 대한 존중과 지원은 개인을 넘어 모두가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는 공동체를 만드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