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생님은 그럼 책을 어떻게 읽으셨나요?”
“의무감으로 책을 읽지 않았네. 재미없는 데는 뛰어넘고, 눈에 띄고
재미있는 곳만 찾아 읽지. 나비가 꿀을 딸 때처럼. 나비는 이 꽃 저 꽃
가서 따지, 1번 2번 순서대로 돌지 않아. 목장에서 소가 풀 뜯는 걸
봐도 여기저기 드문드문 뜯어. 풀 난 순서대로 가지런히 뜯어 먹지 않
는다고. 그런데 책을 무조건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는다? 그 책이 법
전인가? 원자 주기율 외울 일 있나? 재미없으면 던져버려. 반대로 재미
있는 책은 많도록 읽고 또 읽어.”
김지수 저(著)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열림원, 41쪽) 중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책을 읽는 방식은 사람마다 다릅니다. 어떤 이는 법전처럼 차례차례 밑
줄을 그으며 정독하고, 또 어떤 이는 한 장 한 장 빠짐없이 읽습니다.
이어령 교수의 독서법은 조금 달랐습니다. “재미없는 데는 뛰어넘고,
눈에 띄고 재미있는 곳만 찾아 읽었네. 나비가 꿀을 딸 때처럼.”

나비는 한 송이 꽃에 매달려 끝까지 파고들지 않습니다. 오히려 여기
저기 꽃을 옮겨 다니며 향기와 꿀을 취합니다. 소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풀을 순서대로 먹지 않고, 영양가 있어 보이는 곳을 드문드문 뜯어 먹
습니다. 이처럼 책도 순서와 의무감에 얽매이지 않고, 마음을 끌고 생
각을 자극하는 부분을 붙잡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독서법의 장점은
‘즐거움’에 있습니다. 억지로 읽는 책은 지식이 되어도 마음에 남지
않습니다.

그러나 스스로 끌려서 읽은 문장은 마음속에 오래 머물고,
다시 꺼내어 곱씹게 됩니다. 책을 한 권의 의무가 아니라, 인생의 벗
으로 대하는 태도입니다. 물론 모든 책을 이렇게 읽을 수는 없습니다.
전공서적이나 학문 연구서, 특히 성경은 깊은 정독과 반복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교양과 사유를 확장하는 독서라면, 나비처럼 자유롭고 소
처럼 선택적인 접근이 오히려 더 깊은 울림을 줍니다. 중요한 것은
“끝까지 읽었느냐”가 아니라 “내 안에 남았느냐”입니다. 독서의 지
혜가 여기 있습니다. 나비처럼, 자유롭게, 소처럼 필요한 곳을 찾아서.
억지로가 아니라, 즐거움으로 읽을 때, 책은 우리 인생의 가장 달콤한
꿀이 될 것입니다.

“너희는 여호와의 책에서 찾아 읽어보라. 이것들 가운데서 빠진 것이
하나도 없고 제 짝이 없는 것이 없으리니 이는 여호와의 입이 이를 명
령하셨고 그의 영이 이것들을 모으셨음이라.” (사34:16)
<강남 비전교회 / 한재욱 목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