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현재, 방글라데시의 조혼율은 **여성 2명 중 1명(51%)**에 달한다. 이는 남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며, 전 세계적으로도 최상위권에 속한다. 세계가 4차 산업혁명을 말하고 있을 때, 방글라데시의 시골 마을에서는 15세 소녀가 아이의 엄마가 되고, 16세의 딸이 가출한 남편 대신 두 가정을 부양하고 있다.
이것은 단순한 문화의 문제가 아니다. 조혼은 빈곤이 만든 전통이며, 교육이 멈춘 자리에서 뿌리내린 절망이다. 그리고 그 배경에는 팬데믹, 기후재난, 법의 이중성, 그리고 침묵한 국제사회가 있다.
1. 팬데믹이 남긴 그림자: 학교는 닫혔고, 딸은 시집갔다
2020년 코로나19 확산은 방글라데시 교육시스템에 치명타를 입혔다. 18개월 이상 학교가 폐쇄되었고, 특히 농촌 지역의 여학생들은 다시 교실로 돌아오지 못했다.
그 사이 부모들은 **딸을 ‘부양해야 할 짐’이 아닌 ‘시집보내야 할 부담’**으로 보게 되었다.
“학교가 문을 닫았을 때, 우리 집 문도 닫혔습니다.”– 나틸라(14세), 라지샤히 지역 조혼 피해자
2. 통계로 드러난 비극
20~24세 여성 중 51.4%, 18세 이전 결혼 경험
팬데믹 이후 조혼율 30% 이상 증가
매일 평균 400명 이상의 미성년 여성이 결혼하는 것으로 추정
이러한 수치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한 세대가 교육과 자립의 기회를 박탈당하고 있다는 경고다.
3. 구조적 원인: 가난, 교육 결핍, 그리고 법의 모순
❖ 경제적 생존 전략
가장 빈곤한 가정일수록 조혼률은 높다. 부모들은 “한 명을 줄여야 다른 아이들이 먹고산다”며 딸을 결혼이라는 이름의 거래에 내보낸다.
❖ 교육의 붕괴
중학교 이후 여학생 진학률은 절반 이하로 떨어진다. 통학 환경, 성차별, 보건 위생 문제, 안전 문제는 조혼을 더욱 빠르게 만든다.
❖ 법과 현실의 간극
공식적으로는 여성 결혼 가능 연령이 18세지만, ‘부모 동의’라는 예외 조항으로 16세 이상도 결혼이 가능하다. 일부 지역에서는 오히려 조기 결혼을 장려하는 전통 규범이 법 위에 존재한다.
4. 기후위기와 조혼의 연결고리
방글라데시는 세계에서 기후변화에 가장 취약한 국가 중 하나다.
홍수, 가뭄, 태풍은 가족의 수입원을 무너뜨리고, 피해가 클수록 가난한 딸이 먼저 시집을 간다.
“우리는 딸을 위한 예산이 없다. 시집가는 것이 그 아이에게도 낫다.”– 쿨나 지역 기후난민 인터뷰 중
기후위기는 단지 환경 문제가 아닌 여성 인권을 잠식하는 사회적 재난으로 확장되고 있다.
5. 국제사회와 한국의 책임은?
유니세프와 세계은행, UNFPA 등 국제기구들은 방글라데시에 여성교육과 인권 보호를 위한 지원을 이어왔으나, 최근 원조 삭감과 내부 행정력 부족으로 실효성은 약화되고 있다.
한국은 ODA를 통해 방글라데시에 상당한 교육 프로젝트를 운영 중이며, 여성 리더십 및 직업훈련 연계 모델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또한, 교육-건강-법적 보호-생계 지원이 통합된 장기 프레임워크가 요구된다.
6. 조혼, 소녀의 미래를 팔아 오늘을 살아가는 사회
조혼은 단지 개인의 운명만을 망가뜨리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국가 전체의 미래 역량을 훼손한다.
한 사회가 교육받지 못한 여성들 위에 세워진다면, 그 뿌리는 언제든 흔들릴 수밖에 없다.
방글라데시는 ‘무상교육’과 ‘여성권익’이라는 이름 아래 많은 제도를 마련했지만, 정작 소녀의 집 문 앞에서는 그 어떤 보호망도 작동하지 않았다. 진정한 변화는 법전이 아니라 딸을 학교에 보낼 수 있는 어머니의 결정이 존중받을 때 시작된다.
마무리 제안: “결혼 대신 교과서를, 운명 대신 선택을”
방글라데시의 조혼 위기는 교육, 빈곤, 젠더, 기후, 문화가 얽힌 복합적 위기이다. 그러나 해답도 분명하다.
소녀에게 시간을 주는 것, 그것이 가장 강력한 인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