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家長)의 의무 가운데 가장 위대하며 값진 것을 고르라면 무엇일까? 다양한 형태의 의무가 있겠지만 그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의무가 '내 식구들의 평안한 삶에로의 정착' 지원일 듯 싶다. 힘들어 하는 자녀가 있다면 그들을 따듯하게 감싸 안아주며 격려하고, 스스로 일어 설 수 있게끔 힘을 보태는 것도 당연한 의무의 하나일 것이다. 경상남도와 창원시가 역내 기업인 STX조선해양을 향한 '기업살리기' 선도의 뜻도 이 같은 '가족愛'의 한 단면이다. 지켜보는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만 한 일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경상남도와 창원시는 지난 8일 경남도청에서 'STX조선해양 정상화를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이 자리에서 도와 창원시는 STX의 고용안정지원과 친환경 조선산업 육성 시책 시행등을 통해 STX 재건에 힘을 보태기로 했고, 투자사인 유암코와 KHI는 현재 진행 중인 투자 절 차를 신속히 마무리해 투자계약에 따른 모든 약속을 성실히 이행할 것을 약속했다. 특히 STX조선해양 노사는 안정적인 노사구축과 성찰, 분골쇄신( 粉骨碎身)의 정신과 자세로 기업회생에 혼신을 다 하겠다고 다짐했다. STX조선해양은 아픈 과거를 지니고 있다. 한 때 순항하다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파고에 휩싸이고 말았다. 2014년 상장이 폐지됐고 2016년 법정관리로 전락했다. 그 때부터 채권단의 주도로 가혹한 구조조정과 자산매각, 인력감축,순환무급휴직 등 힘든 시기를 보내야만 했다. 이런 와중에서 STX조선해양 노사와 경상남도, 창원시가 경영정상화와 고용유지를 위해서는 투자유치가 급선무 라는 데 뜻을 함께하고, 지난해 7월 노·사·정 상생협약을 체결헀 다.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지난 1월, 유암코와 KHI가 컨소시엄으로 2,500억원 규모의 투자유치 본 계약을 체결했다. 노(勞)와 사(社)가 하나로 뭉치고, 도와 창원시가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주기로 했고, 특히 유암코와 KHI가 자본을 대기로 약속한 만큼, 이제부터는 '최선을 다 하는 것' 이외에는 더 할일이 없게 됐다. 한국 조선은 세계 제1위이다. 잠시 중국에 내주었던 1위의 자리를 지난 해 말을 깃점으로 다시 되찾아 왔다. 세계 조선 시장도 회복 수준을 넘어서 '급속적 팽창세'를 보이고 있다. LNG 선 등 대형 천연가스 운반선과 컨테인선의 수주 물량도 크게 늘고 있는 상황이다. 도와 시, 노와 사, 투지자들의 합심까지 곁들여 졌으니 조금만 더 정신을 집중한다면 미래는 분명히 열릴 것이다. 우리는 그 모습을 보고 싶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