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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메로스 《일리아스》에 나오는 이야기


“헥토르가 아들을 번쩍 들어 안아 올리자,아스티아낙스는 왈칵 울음을
터뜨렸다. 불처럼 붉은 깃털 장식이 달린 어마어마한 투구와 삐거덕거
리는 소리가 나는 딱딱한 갑옷,그리고 피와 먼지로 뒤범벅된 아버지의
얼굴이 너무도 무서웠기 때문이다. 헥토르는 웃으며 투구를 벗었다.”

호메로스 저(著) 김은애 역(譯) 《일리아스》 (문학과지성사, 116쪽)
중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이 장면은 호메로스의 서사시 《일리아스》 제6권에 나오는 매우 유명한
일화입니다. 트로이의 영웅 헥토르가 전쟁터로 나가기 전, 아내 안드로
마케와 어린 아들 아스티아낙스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네는 장면입니다.

 

 

헥토르가 아들을 안아주려고 팔을 벌리자, 아이는 아빠의 투구 위에
달린 말갈기 장식, 소리나는 갑옷, 피먼지로 범벅이 된 아버지의 얼굴을
보고 무서워서 울음을 터뜨립니다. 이에 헥토르는 웃음을 터뜨렸고,
즉시 빛나는 투구를 벗어 땅에 내려놓은 뒤 아들을 들어 올려 키스

하고 기도해 줍니다.

 

 

용맹한 전사이자 트로이의 장수였던 헥토르가 한 가정의
다정한 아버지이자 남편이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장면입니다.
가족 앞에서 강한 사람은 갑옷을 입는 사람이 아니라 갑옷을 벗는 사람
입니다. 집에 들어와서도 장군 노릇을 하면 식탁이 전쟁터가 됩니다.

 

 

호메로스는 그 다음 순간을 이렇게 전합니다. 투구를 벗은 아버지가 웃
자, 그 웃음이 곁에 서 있던 아내에게도 번졌다고 말입니다. 한 사람이
갑옷을 벗었을 때 집안에 웃음이 돌아온 것입니다.
복음은 갑옷을 벗으신 하나님으로 시작됩니다.

 

 

“그는 근본 하나님의 본체시나 하나님과 동등됨을 취할 것으로 여기지
아니하시고 오히려 자기를 비워 종의 형체를 가지사” (빌2:6~7).

 

 

하나님이 위엄의 투구를 그대로 쓰고 오셨다면 우리는 그분 앞에서 울
음을 터뜨렸을 것입니다. 그 하나님이 구유에 누우셨습니다. 아기의 눈
높이까지 내려오신 것입니다. 마침내 십자가에서는 투구뿐 아니라 옷
까지 벗기신 채 두 팔을 벌리시고, 우리의 죄를 사해 주셨습니다.

<강남 비전교회 / 한재욱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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