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가 바둑을 죽였을까? 체스가 답을 알려준다
"인공지능 시대, 바둑은 위기가 아니라 새로운 기회를 맞고 있다"
2016년 알파고가 이세돌 9단과 세기의 대결을 펼친 이후 바둑계는 한동안 깊은 충격에 빠졌다. "이제 인간이 바둑을 둘 이유가 있을까?", "프로기사는 사라지는 것 아닐까?"라는 우려가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2026년 현재 우리는 조금 다른 질문을 던질 필요가 있다.
"정말 AI가 바둑을 위기로 몰아넣었을까?"
이 질문에 대한 가장 좋은 답은 의외로 체스의 지난 30년 역사 속에서 찾을 수 있다. 이번 『월간 바둑』 특집에서 유승엽 교수는 체스 산업의 성공 사례를 통해 바둑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설득력 있게 제시하고 있다.
체스도 같은 위기를 겪었다
1997년 IBM의 슈퍼컴퓨터 딥블루(Deep Blue) 가 세계 챔피언 가리 카스파로프를 꺾었을 당시 전 세계는 충격에 빠졌다.
당시 언론은
체스는 끝났다.
인간 체스의 가치가 사라졌다.
이제 누가 체스를 배우겠는가.
라는 비관적인 전망을 쏟아냈다.
하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30년이 지난 오늘날 체스는 오히려 역사상 가장 큰 황금기를 맞이하고 있다.
AI를 적이 아닌 성장 동력으로 만든 체스
체스는 AI를 막으려 하지 않았다.
대신 AI를 적극 활용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Chess.com이다.
온라인 플랫폼을 중심으로 AI 분석, 온라인 대국, 교육 콘텐츠, 스트리밍 방송 등을 결합하면서 전 세계 체스 인구는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현재
가입자 2억 5천만 명
세계 시장 규모 약 40억 달러
세계체스연맹(FIDE) 회원국 약 200개국
이라는 놀라운 성장을 이뤄냈다.
그렇다면 바둑은?
바둑 역시 AI를 적극 받아들이고 있다.
카타고(KataGo)를 비롯한 AI 프로그램은 프로기사들의 연구 방식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AI는 더 이상 특별한 존재가 아니다.
이제는 바둑 교육과 연구에서 없어서는 안 될 기본 도구가 되었다.
하지만 산업적인 측면에서는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대표적으로
한국·중국·일본 중심의 지역시장
분산된 온라인 플랫폼
글로벌 마케팅 부족
콘텐츠 다양성 부족
등이 성장의 걸림돌로 지적된다.
AI는 바둑을 정복하지 못했다
많은 사람들이
"AI가 바둑을 완전히 풀었다."
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바둑의 경우의 수는 약 10¹⁷⁰ 이상으로 추정된다.
이는 우주 전체 원자의 수보다도 훨씬 큰 숫자다.
현재의 AI 역시 모든 정답을 알고 있는 것이 아니라 실수를 훨씬 적게 하는 시스템일 뿐이다.
즉,
AI는 바둑을 끝낸 것이 아니라
인간의 기존 고정관념을 깨뜨렸을 뿐이라는 것이 필자의 주장이다.
앞으로 프로기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유승엽 교수는 앞으로 프로기사의 역할이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말한다.
예전에는
'누가 더 강한가'
가 중요했다면,
앞으로는
해설자
스토리텔러
콘텐츠 크리에이터
교육자
로서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AI가 수를 찾는 시대에는
인간은
그 수의 의미를 설명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AI와 함께 두는 바둑?
가장 흥미로운 제안은
인간-AI 페어대국이다.
실제로 2026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ALC)에서는
조훈현 9단과 AI,
이창호 9단과 AI가 한 팀을 이루는 이벤트 대국이 열려 큰 관심을 모았다.
또한
AI 힌트 찬스
AI 작전타임
인간과 AI 협업 이벤트
등 다양한 방식의 새로운 콘텐츠도 제안했다.
AI를 막는 것이 아니라
AI와 함께 새로운 재미를 만드는 것이 미래라는 이야기다.
바둑계가 해야 할 4가지 혁신
유 교수는 앞으로 바둑계가 추진해야 할 방향으로 다음 네 가지를 제시한다.
① 프로기사
스토리텔러와 크리에이터로 변신
② 바둑협회
글로벌 플랫폼 구축
이벤트 기전 확대
마케팅 혁신
③ 대학교와 연구기관
AI, 마케팅, 뇌과학을 접목한 융합형 인재 양성
④ 일선 바둑교실
AI 활용 교육
어린이 집중력 교육
시니어 치매 예방 프로그램 확대
인간 바둑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자동차가 발명됐다고 육상 100m 달리기가 없어지지 않았듯,
AI가 인간보다 바둑을 잘 둔다고 인간 바둑의 가치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인간만이 느낄 수 있는
긴장
두려움
선택
책임
감동
이 바둑을 더욱 특별하게 만든다.
AI가 발전할수록 인간의 창의성과 해석, 그리고 스토리의 가치는 더욱 빛날 것이다.
마무리
체스는 AI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AI를 성장의 기회로 바꾸었다.
이제 바둑도 같은 길을 선택할 차례다.
인공지능은 인간 바둑의 종말을 알리는 신호가 아니라, 새로운 시대를 여는 동반자일 수 있다.
앞으로 바둑계가 AI와 손을 잡고 교육·문화·콘텐츠·엔터테인먼트를 융합한다면, 바둑은 동아시아를 넘어 세계인이 함께 즐기는 글로벌 마인드 스포츠로 한 단계 더 도약할 것이다.
AI 시대에도 바둑의 주인공은 결국 인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