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름다워라
찢어진 문틈으로
보는 은하수
일본의 전통 단시(短詩) 하이쿠의 대가 잇사의 시입니다.

손가락 하나에도 쉽게 찢기는 장지문의 불규칙한 구멍으로 광대무변의
은하수가 내다보입니다. 깨진 틈은 흠이 아닙니다.
깨진 틈이 있어야 그 사이로 빛이 들어옵니다.

한 도공이 있었습니다. 그는 아름다운 그릇들을 빚어 시장에 내다 팔곤
했습니다. 사람들은 매끈하고 화려한 도자기를 골랐습니다. 가장 구석에
금이 간 질그릇이 있었습니다. 한쪽은 깨져 테이프로 붙어 있었고, 빛
깔도 흐릿하고 볼품없었습니다.
“나는 왜 이렇게 태어난 걸까…아무 데도 못 쓰일 거야.”
금 간 질그릇은 그렇게 스스로를 탓하며 숨죽여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도공이 조용히 그 질그릇을 들어 밤길을 걸어가는 한
노인의 손에 쥐어 주었습니다. 그 안엔 조그만 촛불이 켜져 있었습니다.
금이 간 틈 사이로, 빛이 새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어둔 길을 걷던
사람들은 그 빛을 따라 넘어지지 않고 무사히 길을 찾았습니다.

질그릇은 깨달았습니다.
“나의 금 간 자리는, 빛이 흘러나오는 통로였구나.”
완전하지 않아도, 주님의 빛을 품으면 우리는 길을 밝히는 그릇이 됩니다.

“여호와께서 온갖 것을 그 쓰임에 적당하게 지으셨나니”(잠16:4a)
<강남 비전교회 / 한재욱 목사>



